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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7
    예비보고서의 의미에 대한 전자과 김충기 교수님의 글

전자과 김충기 교수님.

이 분이 우리나라 3대 전자 회사인 S, L, H에 가시면, 그 회사의 임원진들이 다 뛰쳐나와 '교수님!' 하고 넙죽 인사한다고 한다. 이런 얘기가 있을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산 증인이자 큰 스승님으로 통하신다.

이번학기에 실험 과목을 들으면서 느낀바가 많기에 이번기회에 교수님이 쓰신 예비보고서에 대한 짧은 글을 싣는다. 짧은 글이지만 이 글 안에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인재상과 더불어 공학자로서의 철학도 담겨 있다.


감동, 또 감동.

한번 이 분 강의도 들어보아야 겠다 ^-^


1. 문제의 제기 

     지난해, 2003년 봄학기에 학생들의 실험을 보면서 예비보고서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비보고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예비보고서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 실험을 하기 전에 준비해야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 하였습니다.

2. 예비보고서의 의미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우리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기 예보를 듣고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미래를 예상한 다음에 자기의 행동을 결정하는 아주 작은 현실적인 예입니다.

     발전소를 한 개 건설하는 데에는 약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 합니다. 따라서 발전소를 건설하는 한국전력 주식회사의 사장은 10년 후의 전력수요를 정확하게 예상해야 합니다. 이 예상이 틀리면 전력이 남아서 국회에서 질책을 받게 되던가 전력이 부족하여 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입장이 됩니다.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것도 자기의 미래를 예상하고 지금은 자기가 공부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중간시험을 보기 전에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간시험이라는 미래를 예상하고 현재의 행동을 결정한 결과입니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 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미래가 몇 개 있습니다. 이런 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준비하는 행동을 습관화 하면 그 사람은 자기 생활을 자기가 끌고 가는 사람이 됩니다. 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다니는 사람이 됩니다. 우리 학교의 졸업생은 끌려 다니는 사람이 되어서는 큰일 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확실히 예상 할 수 있는 미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내일 강의가 있다는 사실 입니다. 내일 실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가 “예습”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 “예습”을 하지 않는 풍토가 KAIST에 만연되어 있다고 저는 봅니다. 예습을 하는 학생은 자기 생활을 자기가 끌고 가는 사람이 될 것이고 예습을 하지 않는 학생은 끌려 다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있을 때, 예습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졸업하기 전에 꼭 몸에 익혀야 되는 습관입니다.

     다음주에 실험이 있다는 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준비하는 것이 “예비보고서”입니다. 예비보고서에는 실험에 대해서 학생이 어떤 준비를 하였는지 확실하게 나타납니다. 실험에 임하는 학생의 태도가 예비보고서에 나타납니다.

3. 실험을 준비하는 방법 

     미래를 예상 할 때에는 꼭 상상력이 동원 되어야 합니다. 상상을 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예상 할 수 없습니다. 과거를 분석하는 것은 쉽지만, 미래를 설계하는 것,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바로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자꾸 생각하다가 보면 상상력이 풍부해 질 것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 KAIST 학생들은 미래를 설계하고 그 설계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상상력을 많이 사용하십시오. 머리 속으로 실험을 해 보십시오. 이것이 “예습”이고, 이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이고, 이런 상상의 실험을 하는 사람이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를 만드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4. 예비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들 

     실험에는 크게 두 종류의 실험이 있습니다. 한가지는 측정을 하는 실험이고 다른 한가지는 설계를 하는 실험입니다. 실험-1은 측정을 하는 실험입니다. 그 다음의 실험에는 설계를 하는 실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두 종류의 실험에 대해서 예비보고서는 형태가 달라집니다.

5. 측정에 관한 실험 

     측정을 하는 실험을 하기 전에는 측정결과를 예상 해야 합니다. 이 예상 측정결과를 정리하는 것이 예비보고서 입니다. 실험-1의 4개의 assignment를 살펴보면 모두 측정을 하는 실험입니다. 이런 실험을 하기 전에 측정할 숫자의 크기와 오차를 예상한 결과가 예비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런 예비보고서를 작성한 학생은 실험 도중에 측정결과를 바로 검토 할 수 있으므로 측정이 잘못된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따라서 실험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예비보고서를 상세히 준비하지 않으면 예비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절약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측정을 많이 하게 되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측정 결과를 예상 할 때에 숫자를 적어오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그림으로 그려와야 편리 합니다. 그림으로 표현한 예상은 숫자뿐만 아니라 경향도 보여 주므로 훨씬 값진 예상이 됩니다. 실험-1의 assignment 1, assignment 2에서 전류와 전압에 대한 graph를 그려보라고 되어있습니다. 이 graph를 미리 실험을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이 바로 예비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측정에 대한 상상력을 좀더 발휘하면 측정 오차를 예상 할 수 있고 이 오차범위를 예비 보고서에 기록해 오면 측정결과의 믿음이 더 커집니다. 미래를 예상 할 때 자기 예상의 오차범위를 생각하면 금상첨화입니다.


6. 설계에 관한 실험 

     설계에 대한 실험에서는 설계를 하는 것이 예비보고서의 목적입니다. 설계를 할 때에는 “설계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가 살 집을 설계하는 사람을 상상해 보십시오. 최종 설계가 나오기 전에 아마도 열번 정도는 설계를 변경 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좀더 좋은 설계를, 좀더 살기에 편리한 집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실험에서의 설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 번의 설계를 통하여 좀더 좋은 설계를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설계를 배우는 태도입니다. 

     설계에 대한 예비보고서에는 설계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왜 그렇게 많은 설계가능성 중에 자기는 어떤 특별한 설계를 최종적으로 선택하였는지 이야기 해야 합니다. 수식도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판단도 있을 것입니다. 주과적인 판단을 먼저 할 수도 있고 수식을 먼저 사용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것이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똑같은 설계를 해 오는 것이 자주 보입니다. 바로 선배의 source가 힘을 쓴 결과이겠지요. 선배의 source를 참고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본인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이고, 배우는 기회를 스스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결과입니다. 

     과학과 공학에는 “분석”과 “설계”가 있습니다. 모두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학교 교육은 주로 분석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설계는 다양하고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한 인재는 설계를 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자기의 행동을 설계하는 것은 더 재미 있습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분석하는 것은 쉽지만, 자기 고유의 설계를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자기 고유의 화풍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값진 일이고 더 어려운 일 입니다. 많은 유명한 화가들이 평생을 두고 자기 고유의 화풍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로부터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는 자연 현상을 분석하지만 공학자는 자연의 원리와 인간생각하면서 설계를 합니다. 이런 설계가 성공할 때 공학자는 인생의 보람을 느낍니다. 과거를 분석하는 역사학자보다는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가가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설계를 배우는 방법으로 전자공학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자공학에서의 설계는 설계결과를 빠르게 몇 시간 내에 검증 할 수 있으므로 설계하는 태도를 배우는데 아주 편리한 방법입니다. 10년 후의 사회를 설계하는 사람은 자기의 설계를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설계에 대한 실험을 하기 전에 무엇을 설계하는 것인가 잘 살펴 보십시오. 좀 더 좋은 설계를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상상해 보십시오. 상상력을 발휘하여 독창적인 설계를 해 보십시오. 이런 노력의 결과를 정리 하는 것이 예비보고서 입니다.

7. 예비보고서와 실제 실험 

     예비보고서를 충실하게 작성한 학생은 자기의 계획에 따라서 실험을 할 것입니다. 실험 메이트와 자기의 계획이 다르면 토론을 통해서 좋은 계획을 선택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예비보고서는 실험실에서의 학생의 실험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됩니다. 예비보고서는 제출용이고 실험은 예비보고서와 관계없이 따로 진행된다면 예비보고서는 필요 없는 죽은 보고서가 됩니다. 실험조교가 예비보고서를 검토할 때에는 실험을 하는 실제 행동과 예비 보고서를 비교하여 검토 할 것입니다.

     상상력을 동원하고, “예습”을 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설계를 배우는 그런 실험과목이 되도록 함께 노력 합니다.

< 예비보고서 끝 >

추가해서. 예비 보고서를 1장으로 제한한것은 여러분이 읽은 내용을 요약하면서 한번의 더 사고하는 과정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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