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Lab
우리학교에는 개별 연구(Independent Study)라는 과목이 있다.
학부생이지만 랩에 들어가 랩생활에 대한 이모저모를 배울 수 있는 1학점 짜리 S/U(통과함, 통과못함) 과목이다. 이 과목을 통해 학부생은 진짜 연구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웬걸.
08년도 EE Newsletter에서는 개별연구를 해본 사람들에게 만족도/불만족도 설문을 한 적이 있다. 이제 개별연구를 3주 정도 해본 나한테는 한 학기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될테니 만족도는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만족도'는 내가 주의할 사항이니 잘 읽어보았는데, 가장 아쉬웠던 점 중 '교수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있었다.... 헐?! 이 랩에 들어온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교수님의 인재상에 부합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 그리고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해서였다. (이 점 하나에 나는 다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다. 학과, 동아리, 술, 야식 등. - 아 물론 전과에 대한 1년간의 고뇌는 다음 포스팅에서.) 그런데 개별연구에서 교수님의 모습을 볼 수 없다니!! 행여나 내가 이 랩에 들어온 것이 헛고생만 하는건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우리 랩(이라고 해도 될까?)은 교수님 Office와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교수님을 하루 최소 3-4번은 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 직접 랩에 오셔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 일개 학부생인 나에게까지!
지난 주에는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 크게 전공, 처세, 관리 세 가지 였다.
1) 전공에 관해서는 일단 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으니 적당한 책을 추천해 주셨다. 바로 Razavi의 Fund. of Microelectronics. 아직 돈이 모자라 일주일 전에 알려주신 책을 오늘에야 살 수 있었는데, 사고 나니 너무 흥미롭다. 교수님의 성향처럼 'Analysis by Inspection!' (대충 떼워 분석하기, 교수님의 번역!) 와 'verbal description' (말로 떼우기, 역시 교수님 번역! - 세계 석학이란 타이틀에 마주대하기가 어려운 분이시지만, 잠시 그걸 잊게 할 정도로 빵 터지는 유머 감각을 소유하고 계시다.)에 중점을 두었다. 내가 이런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때론 엄밀할 때도 좋지만, 실제 유용함에 있어서는 얼마나 빨리 현실에 가장 근접한 근사치를 내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재 물리학자 페르미의 엄청난 근사계산 일화를 찾아보도록하자. http://asteray.egloos.com/2232710 진짜 실력은 열나게 수식 제끼면서 칠판 가득 메꾸는 것보다 단 한 두줄로 명쾌하게 답을 내는게 아닐까.)
(근데 멀리서 찾아볼 필요없이, Prof. H.J. Yoo's Electronic Circuit 2를 들으면 엄청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 처세에 관해서는 랩에 있는 카네기 처세술 책을 추천해 주셨고, 그 책의 한 대목을 일러주셨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책은 랩 자산이다. 난 지금 기숙사.)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이가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지혜에 대한 글이었다. 맞아 - 낚시질을 해도 물고기가 좋아할 미끼를 던져야지, 낚시줄에 내가 좋아하는 사과를 매달아선 안되잖아?
3) 관리. 사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것은 Management. 교수님께서 Scientific Management라는 과목 이름은 보시고는, Science와 Management의 Definition을 명확히하시면서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 하셨다. 그러면서 전 인텔 회장이었던 앤드류 그로버의 Effective Management를 말씀하시면서 실제 Management는 이러이러해야함을 강조하셨던 것 같다. 그로버가 햄버거 아르바이트 시절 때 작업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였는가가 그 중 한 예였는데, ㄱ) 큰 일부터. ㄴ) 작업의 병렬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씀해 주셨다.
※ 4월 1일 현재, Razavi와 Prof. H.J. Yoo 모두 전자회로 분야 세계 3대 석학 안에 드시는 분이시다 ㅇ_ㅇ! 그리고 교수님이 갖고 계신 Razavi 책은 Razavi가 그 책 출판 전에 Pre 버젼을 직접 H.J. Yoo 교수님께 선물한 것이었다 +ㅁ+! (참, 이 책은 수업시간에 알려주신 책ㅋ)